[다산칼럼] 인공지능(AI)의 군사적 위험

입력 2024-03-10 17:34   수정 2024-03-11 00:09

인공지능(AI)은 이제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기술이 되었다. 만일 AI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인류 문명은 생기를 잃을 것이다. 기술이 만들어낸 문제들은 보다 나은 기술에 의해서만 누그러질 수 있다.

불행하게도, 모든 이로운 기술과 도구들은 나쁜 데 쓰일 수 있다. 사람의 천성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AI도 줄곧 나쁜 데 쓰여왔다. 이런 부정적 효과가 두드러진 분야는 군사 분야다. 핵무기 개발에서 전자 컴퓨터가 쓰인 이후 AI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기들을 만들어냈고 군사 작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얼마 전 미국 하원정보위원장이 러시아가 핵무기를 갖춘 위성을 궤도에 올리려 한다고 밝히면서 온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이제 ‘전자기 펄스(electromagnetic pulse·EMP) 무기’라는 낯선 위협이 마음에 그늘을 드리운다.

AI는 네 가지 측면에서 전쟁의 성격을 바꿨다. 먼저, 무기들이 더욱 강력해지고 복잡해지고 자동화되었다. 자연히, 반응 속도가 느린 사람들은 그런 무기들의 작동 환로(loop)에서 점점 밀려난다. 궁극적으로, 군인들의 능력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능력이 싸움터에서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다음엔 군사 지역이 성층권을 넘어 중간권(near space)까지 확장되었다. 인공위성이 통신과 정찰에서 워낙 중요하므로, 인공위성 궤도가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이 공간에선 공격을 막아내기 어려우므로, 기습의 유혹과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이 크게 늘었다.

셋째, 가상 공간(cyberspace)이 전쟁의 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정부와 연결된 조직들이 끊임없이 디지털 공격에 매달려서 가상 전쟁(cyberwarfare)을 수행한다. 이제 가상 공간은 육지, 바다, 하늘 및 중간권만큼 군사 작전에 중요해 제5 전역(the fifth domain of warfare)이라고 불린다.

넷째, AI에 관한 한 민간 분야와 군사 분야의 구분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제 민간 부문에서 개발된 AI 기술은 곧바로 군사적 용도에 쓰일 수 있다. 이런 사정으로 군비 감축의 절대적 요건인 감축 확인(verification)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고, 이제 군비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가상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터이다.

이런 상황은 AI의 물질적 기반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EMP 무기의 개발을 부른다. EMP는 전자파 에너지의 순간적 방출이다. 가장 흔한 예는 번개인데, 모든 전기 기구는 EMP를 발생한다. EMP가 무기로 쓰일 때, 그 에너지의 원천이 핵폭발이므로 핵 전자기 펄스(NEMP) 무기라고 불린다.

이 무기는 두 방식으로 발전된 사회를 파괴한다. 먼저 기기들의 반도체에 과부하가 걸려서 모든 기기가 고장이 나거나 파괴된다. 다음엔 전력망이나 컴퓨터망에서 하나의 기기가 작동을 멈추면 연결된 기기들이 과부하에 걸려 차례로 고장 나 망 전체가 무너진다. 이런 단계적 고장은 단숨에 너른 지역을 마비시킨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NEMP의 효과에서 미국이나 한국처럼 발전된 자유주의 사회들과 러시아나 북한처럼 낙후된 공산주의 사회들 사이엔 뚜렷한 비대칭이 존재한다는 사정이다. 미국은 NEMP 무기로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러시아는 전자 기기들이 많지 않아서 피해가 훨씬 작을 것이다. 인공위성망에서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격차는 크다. 당연히 러시아는 NEMP 무기들로 싸우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게다가 NEMP 무기는 인명 피해가 비교적 작을 터여서, 실제 사용의 문턱도 다른 핵무기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은 우리와 북한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으로선 NEMP 무기의 개발에 나설 것이다. 우리로선 참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의 거듭된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핵무기 사용의 심리적 문턱도 낮아졌다.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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